이데올로기와 이념 / 오역된 이데올로기 용어와 역사

1. 이념으로 오역된 이데올로기

1960년대 대니얼 벨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는 책이 각 나라 지식인들에게 알려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신정권 말기부터 대학에서 <국민윤리> 강좌 내용으로 ‘이데올로기 비판’이 설정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서구에서 마르크스 주의자들이 만들고 애용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막시즘을 비판하는 강의에 차용되었다.) 이후 도서나 방송에서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학자들이 외래어라는 점을 불편하게 생각하여 ‘이념’으로 오역하여 사용하기 시작됐다.
이 번역은 부적합하다.

1) 이념: 보편적 타당성을 가진 올바른 목표가치 또는 사물의 추상적인 완전 형태. 보편적 타당성을 가진다.
2) 이데올로기: 인간과 사회의 현상을 해석, 평가하고 인간과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원론적 지침이 되는 여러 가지 관념들의 복합체. 진실과 허위, 객관적 타당성과 주관적 관념들이 섞여 있다.
3) 사상, 세계관: 이데올로기를 이념으로 오역하기 전까지 사상을 사용했다. 꼭 맞는 번역은 아니지만 가장 근접한 번역이다.

좌익 성향의 인사들은 자기들이 지지하는 사회주의에 대해서만 이념을 사용하고 지지하지 않는 사상에 대해서는 이데올로기라고 분간하여 말하는데 반해 우익성향의 인사들은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념’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 이데올로기‘로 부르는 것도 옳지 않다. 이념에서 벗어나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사회주의자들은 마르크스가 이데올로기라는 용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에 전통으로 계승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주의 이외의 사상과 관념들만 이데올로기로 부른다. 사회주의는 올바른 내용만 내포한 것이라 하여 이념이라 부르고 진보 사상, 선진 사상 등으로 부른다.

2. 이데올로기 용어의 시작

1) 데스튀트 드 트라시
‘이데올로지’는 프랑스의 철학자 데스튀트 드 트라시가 만들었다. 그는 인간사고의 핵심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하였고, ‘이데올로지’는 하나의 학문분야에 대한 명칭이었다.

2) 나폴레옹
이것을 나폴레옹이 정치적 용어로 전환시켰다.
그는 자신의 전제정치에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당대 지식인들이(데스튀트 포함) 공상적인 주장이나 하는 자들이라고 비판하며 ‘공리공론가’와 동일시했다.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 공허한 이론을 전개하는 지식인들을 이데올로그라 부르는 표현은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3) 마르크스
이것은 현대 공산주의의 시조 마르크스에 의해 다시 사상적 용어로 변질되었다.
마르크스는 프랑스망명 생활 중에 데스튀트의 <이데올로지 원론>을 읽게 되었고 정치적 용어로써의 뜻도 알게 되었다.
그는 ‘현실과 맞지 않는 관념’이라는 뜻으로 이데올로기란 용어를 사용했으며, 독일의 현실과 맞지 않는 독일 철학자들의 주장을 이데올로기라 지칭하며 비판했다. (추상적이며 역사적 관점을 결여하고 있으면서 기성의 사회관계를 정당화해 주는 관념이라는 의미로 사용)

4) 카를 만하임
이것은 독일출신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에 의해 보다 중립적인 사상 용어로 수정되었다.
사회현상에 대한 인간의 모든 이론은 본질적으로 편견과 왜곡을 내포하는 이데올로기이며, 마르크스의 이론도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했다.

사회현상을 설명 평가하고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방침을 제시하는 모든 이론들을 다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하는 만하임의 관점은 사회과학자들에 의해 널리 수용되었다. 비사회주의계열 사회과학자들은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인간과 사회의 현상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동시에 사회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의 지침이 되는 관념들의 목적지향적 묶음’이라는 더 중립적인 의미로 정의하게 됐다.

**콩자반 생각**
비사회주의계열 사회과학자들은 이데올로기를 중립적인 용어로 사용했지만, 자유민주주의, 보수주의 등 옳은 사상은 ‘이념’으로 부르는 것이 맞고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은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라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 양동안 교수의 ‘사상과 언어’(북앤피플. 절판)를 참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