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래전에 소개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민주주의는 1880년 중반부터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Democracy는 ‘민주정’이나 ‘민주정체’로 번역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일본의 영향을 받아 민주주의라고 도입된 것 같다.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8.15 해방 이후 공산주의 세력이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가장 애용하고 자기들을 ‘민주진영’으로 자칭하고 잡지 <민주주의>까지 발행했다는 사실은 공산주의자들의 언어전술을 확인해 준다.
시장경제라는 용어는 1980년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민중민주주의혁명운동이 일어난 이래 자본주의경제보다 시장경제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2.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부족
민주주의의 의미는 말하는 사람의 사상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날 미국정부와 소련정부는 똑같이 자기들은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정치인이나 운동가가 ”나는 민주주의를 신봉한다. “ ”나는 시장경제를 지지한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해 버린다. 이 뜻만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나는 프롤레타리아민주주의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를 지지한다. “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3. 민주주의의 기원과 수많은 정의
민주주의란 말은 고대 희랍어 demokratia에서 비롯된 것이다.(demo:인민 kratia:통치) 인민에 의한 통치를 뜻한다.
아테네에서 demos는 시민권자들이었다. 시민권자들은 중요문제가 발행하면 큰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토론하여 의사결정을 했다.(전체 인구가 아닌 시민권자들의 직접민주주의)
*1950년 노르웨이의 역사학자 겸 정치학자 내스(Arne Naess), 크리스토페르센(Jens Christophersen)의 민주주의 개념 정리:
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이나 세력이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는 인민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며, 그 인민이 실행하는 통치의 방식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지칭하느냐를 정리해 보면 민주주의의 현실적 의미 또는 실천 형태가 명확히 정리될 수 있다.
4. ‘인민’의 실질적 의미에 따라 달라지는 민주주의
영국: 보통 선거권이 보장되기 전에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세금을 납부한 사람들만을 의미했다.
미국: 처음에는 백인남자만 참정권을 갖고 20세기 초반까지도 흑인은 참정권을 가지지 못했다.
공산주의자들이 말하는 ‘인민’ 민주주의에서의 인민은 가변적이다. 그들이 말하는 인민은 대체로 생산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자본가 지주 고급관료 등이 제외된다. 인민민주주의는 프롤레타리아민주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통치형 태이다. 사회주의 혁명이 완전히 성공한 후에는 프로레타리아만을 참정권을 가진 인민으로 대우한다.
공산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민주주의를 부르주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부르주아 계급이 실질적 참정권을 독점하고 다른 계급들을 탄압하기 때문에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독재가 된다.
5. 통치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민주주의
1) ‘경쟁적’ 민주주의: 인민들 사이나 인민 대표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지고 소수의 지지밖에 획득하지 못한 의견을 주장한 사람들도 탄압당하지 않는 인민통치.
2) ‘비경쟁적’ 민주주의: 인민들이나 인민 대표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불가능하고 소수파는 탄압당하는 인민통치 (인민민주주의나 프롤레타리아민주주의, 일부 제3국가들의 일당제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피치자와 통치자 간의 범주적 동일성이(모든 국적자에게 참정권이 보장되고 피치자가 통치자로 될 수 있고 통치자가 피치자로 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된 것) 확립된 가운데, 통치를 위한 지배의견이 상이한 의견들의 자유 경쟁을 거쳐 다수결로 결정되는 통치 형태이다.
6. 통치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민주주의
통치과정의 절차의 차이를 기준으로 인민의 직접통치와 간접통치로 갈라진다.
-직접민주주의: 모든 인민들이 법률과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그것을 집행할 인력을 선정하는 통치방식
-간접민주주의, 대의(의회) 민주주의: 법률과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인력의 선정을 선출한 대표를 통해 행하는 통치방식
*민주주의의 통치형태 속에 담긴 내용의 차이를 기준한 분류
-자유민주주의: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를 우선시하는 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경제, 사회적 평등확대와 노동자 권익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
-협동체민주주의: 정의와 계급 간 화합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
공산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형식적 민주주의’,‘절차적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형식과 절차만 따르는 껍데기 민주주의라는 뜻)
7. 시장경제의 의미와 자유시장 경제
시장경제: 사유재산권을 보장받은 경제활동 주체들이 이익극대화를 목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하여 경쟁하는 시장이 국가의 모든 경제활동 양상을 결정하는 경제.
시장: 상품이나 용역을 판매하려는 사람(공급자)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수요자)을 묶어주는 제도 법령 관례 등을 모두 망라한 개념.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조건
1)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2) 자유로운 이익추구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3) 자유경쟁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4)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상태에서의 시장경제를 ‘자유시장경제(free market economy)’라 한다. 오늘날 완전한 의미의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운영하는 국가는 없다. 영국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미국경제가 가장 근접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원리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이지만 경제과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상당히 큰 폭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경제과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법제의 한계를 초월하여 대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자유시장경제의 본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대해 사회주의자들이 붙여준 나쁜 명칭이다. (19세기 중반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이 붙인)
8. 사회적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1)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 국가가 공정한 경제경쟁질서를 보호 유지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질서와 공정성 보호 차원에서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사회복지 영역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점이 자유시장경제와 다르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모든 경제행위주체들의 무질서한 경제행위를 억제하여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둔 것이며 시장경제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2) 협동체주의적 시장경제(corporatist market economy): 시장이 국민경제 양상을 결정하는 중심적 지위에 있되 시장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소비자들이 각 산업분야와 각 지역별로 조직된 협동체를 중심으로 시장에 대한 대응방침을 사전 조정하는 시장경제형태이다. 노사관계나 기업경영방침에 관해서까지도 조정이 이루어진다.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의 시장경제가 근접하다.
3) 사회주의적 시장경제(socialist market economy): 국가가 국민경제 중심에 위치하고 시장은 국가의 경제적 역할을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노동을 제외한 모든 생산요소와 자본재의 통제에서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경제의 운영에 있어서만 경쟁적 시장경제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경제이다. 티토 지배하의 유고슬라비아와 오늘날의 중국의 경제형태가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