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에서 기피 용어가 된 좌익과 우익
195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호칭법은 ‘좌익’, ‘우익’ 정치세력이다.
1) 모스크바 협정
8.15 해방 후 공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좌익세력이 조선건국준비위원회나 조선인민공화국을 조직하며 정국의 기선을 장악할 때까지는, 대항 세력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좌익과 우익이라는 용어가 잘 사용되지 않았다.
모스크바협정의 신탁통치에 대한 찬반에 남한의 정치세력이 양분되면서 신탁통치 찬성 편에 가담한 공산주의자들을 좌익, 반대편에 가담한 이승만, 김구, 한민당 중심 세력을 우익으로 호칭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2) 1970년대 이후
‘보수’와 ‘혁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일본 풍조가 언론계와 정계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에서는 극우세력으로 불러야 하는 국수주의 세력을 우익이라 부른다. 우익으로 불러야 하는 자민당이나 민주당과 같은 세력을 ‘중도보수세력’이라 부르며 사회주의 세력을 ‘혁신세력’이라 부른다. 군국주의시대의 언어유산과 반동으로 2차 대전 종전 직후 나타난 일본 지식인들의 좌경화현상에 비정상적인 호칭법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본 정치세력 호칭법을 선진적인 것으로 착각하여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우익에 속하는 세력은 우익이라는 명칭이 붙여지는 것을 기피하고, 좌익은 혁신-진보-급진- 좌경 세력 등으로 부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3) 1980년대 말 이후
사회주의 혁명을 목적으로 하는 민중민주주의 혁명을 추진하던 운동권이 자기들을 진보세력이라 부르고 반대세력을 보수세력으로 호칭(처음에는 수구 세력으로 호칭)했다.
운동권은 좌익 우익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수구 꼴통 극우 분자로 취급했다. 그 결과, 겁이 난 사람들이 좌익 우익 호칭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좌파 우파란 호칭을 사용해 왔다. 그 결과 좌익과 우익이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 기피 용어가 되었다.
2. 좌익 우익 용어의 어원
1) 프랑스혁명(1789-1794)
프랑스혁명 초기 테니스코트 선언은 평민대표들에 동조적인 성직자와 귀족대표들을 몇 끌어들이는 효과를 냈다. 이후 평민대표들이 베르사유 생루이 성당에서 회의를 개최했을 때 다수의 성직자 대표와 귀족대표들이 합류했다. 평민대표들은 환영하고 존경하는 뜻에서 성당 회중의 오른쪽 좌석으로 안내했다. 서구 기독교 문화에서는 오른쪽이 좋은 위치를 상징하고 왼쪽이 나쁜 위치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나 마침내 루이 16세는 특권 신분대표들에게 국민의회에 동참하라는 서한을 보냈고 그들은 모두 오른쪽 좌석으로 모셔졌다.
혁명이 진전되며 신분제가 폐지되면서 평민대표들과 정견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왼쪽 좌석으로 가고 특권신분대표들과 정견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오른쪽 좌석에 앉았다. 오른쪽 좌석의 대표들은 과거 특권신분의 사고를 계승하여 정치제의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며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는 사람들, 왼쪽 좌석의 대표들은 정치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면서 공화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적당한 명칭이 없던 당시에는 오른쪽 좌석의 대표들을 우익, 왼쪽 좌석의 대표들을 좌익이라 불렀다.
그리고 왕을 단두대에서 처형한 뒤 입헌군주제 옹호파가 몰락하여 우익이 사라졌다. 이후 민주공화제를 옹호하는 자유주의 세력에서 분화가 이루어져 온건한 세력(페이양파)이 우익이 되고, 과격한 세력(쟈코뱅파)이 좌익이 되었다.
이 용어는 서구 전역으로 확산되어 기득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온건하고 느린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은 우익, 현상의 변화를 적극 추구하고 과격한 방법으로 급속히 추진하려는 세력은 좌익을 지칭하게 되었다.
2) 19세기 후반 이후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사회주의 세력이 러시아 정권을 장악하고 전 세계를 사회주의화하려는 세력이 강해지면서 이들을 좌익으로 부르는 호칭법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다.
(프랑스 혁명기의 공화파세력이 과격세력의 지위를 사회주의세력에게 넘겨준 셈이다.)
이에 따라 자유주의과 보수주의 세력에 대한 대명사적 명칭에 변화가 불가피했다. 이것은 각 지역의 정치세력의 분포에 따라 명칭이 달라졌다.
I. 미국
-1940년 이전의 미국
고전 자유주의 세력: 우익
수정 자유주의 세력: 좌익
-1940년대 이후의 미국
고전 자유주의 세력, 보수주의 세력: 우익
수정 자유주의 세력: 중도
-오늘날의 미국
좌우 대명사적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보수주의(conservatives), 자유주의 (liberals) 세력이라는 명사적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한국에서 liberals를 ‘진보세력’으로 번역하는 것은 큰 오역이다.
II. 사회주의 국가
현실을 무시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 교조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자들: 좌경모험주의 세력
현실을 중시하여 사회주의의 기본 사항을 무시하고 자본주의 경향과 타협하려는 자들: 우경기회주의 세력
교조주의적 노선도 취하지 않고 자본주의적 경향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들만 진정한 공산주의자들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III. 대한민국
8.15 해방 직후부터 사회주의 진영은 좌익이라고 자칭했고 수정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세력들은 우익이라 자칭했다.
다만 우익 진영의 핵심 인물 김구 선생이 좌익 성향의 인물들에 영향을 받아 이승만 박사 세력과 갈등을 빚으며 자기가 좌익 우익 중 하나로 호칭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한 적이 있었을 뿐이다.
**콩자반 생각**
‘좌익, 우익’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쫄지 말자.
**양동안 교수의 ‘사상과 언어’(북앤피플. 절판)을 참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