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좌익이 유행시킨 참여민주주의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대통령 선거 무렵 무터 갑자기 사용되기 시작했다. 운동권의 민중민주주의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점이 알려진 탓에 대체 용어로 참여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용어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진 않으나 1960년대 초부터 미국 대학가에서 유행되었다. 신좌익 운동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들(SDS: The Student for Democratic Society)’이 1962년 ‘포트휴런’(신좌익 운동의 강령적 문헌)에서 참여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톰 헤이든(Tom Hayden)이 스승 아널드 카우프먼(Arnold Kaufman)의 논문 <참여민주주의와 인간의 본성>에서 용어를 빌려와 사용했다. 논문에는 이데올로기적 맥락에서 사용되지 않았으나 헤이든은 자기들의 운동의 이데올로기에 입각해 의미를 부여했다.
(사유재산제도 철폐, 국가 의사를 결정하는 권력을 인민들이 가져야 하고 그것이 참여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2. 신좌익의 참여민주주의는 사회주의 지향
*미국의 신좌익운동 주도자들이 참여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이유
1) 대중적 호소력을 발휘하고 자기들이 건설하려는 사회의 특징을 제시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미국 대학생과 청년들은 월남전 참전의무와 같은 의사결정이 기성 엘리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탄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참여’와 ‘민주주의’는 그러한 미국의 청년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
2) 당시 미국사회는 노골적으로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것에 대한 강한 적대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으며, 민중의 참여를 폭발시키면 미국의 기존 대의민주주의가 파괴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사회주의적 변화를 언급하지 않고 참여민주주의로 주장했다.
참여민주주의라는 용어의 기본 관념은 좌익의 전유물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보다 민주주의답게 만들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시키자는 생각은 사상의 좌우를 떠나서 할 수 있다.
3.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
원래 대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가 실천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해진 국가에서 국민에 의한 통치를 실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인 동시에 국정문제에 대한 이해능력이 저급한 대중을 대신하여 국정문제에 대한 이해능력이 높은 국민대표들이 통치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엘리트주의적 생각이 개재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권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었고 국민의 대표와 공무원 사이에 정치적 분업을 초래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주권은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의미를 지닐 뿐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를 주인역할이 아닌 감시인이나 구경꾼의 지위로 전락시킨 것이다. 특히 국민의 대표들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의식이 약해지고 자기들을 위한 정치활동을 할 때 그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4. 참여민주주의의 기본 구상
국민들이 진정으로 자신들의 공동체 생활을 통제할 수 있으려면 ‘권력 정치’가 ‘참여의 정치’로 완전히 변혁되어야 한다.
그래서 참여민주주의는 중앙집권적 국가와 관료제를 소규모 자율적 단위로 해체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와 임명직 공무원들에게 정치적 권한들이 집중되는 경향을 역전시켜서 시민의 역할을 확대하고, 국가와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에 아마추어를 직접 개입시키자는 것이다.
정리하면, 모든 통치과정에 국민들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치형태이다.
5. 참여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의 차이
1) 직접 민주주의는 참여 형식에 직접성에 역점을 두는데 반해 참여민주주의는 참여의 직접성에 그치지 않고 참여의 질적 강화까지 주장한다.
2) 직접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존중하는데 반해 참여민주주의는 합의제 의사결정방식을 선호한다.
3) 직접민주주의는 권위와 질서를 존중하는데 반해 참여민주주의는 권위와 질서를 최소한으로 축소할 것을 추구한다.
과격한 참여민주주의자들은 기존의 사회와 통치조직은 파괴되어 혼돈이 창조되어야 하며 그래야 자유인들이 등장하고 독자적 결정에 참여하고 자유로이 이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참여민주주의의 외형은 직접 민주주의와 같으나 내면적 사상을 보면 무정부주의에 가깝다.
6. 두 종류의 참여민주주의 운동
정치적으로 소외된 시민들의 의사를 강하게 반영시켜서 민주주의를 질적으로 강화하는데 목적을 둘 경우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양립이 가능하지만, 대의민주주의 기반을 파괴하는데 목적을 둘 경우 자유민주주의와 양립 불가능하다.
미국의 신좌익은 기존질서를 변혁하는데 동원하기 위해서 참여민주주의를 주장했다. 그들은 기득권세력의 지위와 현상유지적 노력들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의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고 보았다.
7. 신좌익 참여민주주의 운동 실패
SDS(신좌익운동의 주도기관) 내부에서의 참여민주주의 실험은 실패했다. 참여인원이 적었을 때는 참여민주주의 방식에 따른 의사결정이 큰 무리를 나타내지 않았고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서 참여민주주의 방식으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기가 곤란해졌다. SDS가 70년대 초 갑자기 몰락하게 된 원인은 본질적으로 유토피아적이고 낭만적이며 전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8. 참여민주주의 운동의 영향
그러나 신좌익의 참여민주주의 운동은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쳤다.
1) 이론적 차원: 민주주의에 대한 기존의 학문적 견해들을 재검토하고 민중주의적 관점에서 이해하게 하는 것을 유행하게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론적 경향이 유행하게 됨)
2) 현실 정치: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 론이 유행하며 일반인들의 공동체 운영 참여가 확대되었고, 주민발안제나 주민투표제 같은 직접민주주의적 제도들의 도입 및 실천을 촉구하는 운동이 부흥했다. 또한 대중들 사이에서 특수 이익과(기업과 부패한 정치인들의 이익) 민중(정직한 시민)의 이익을 대립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확산되었다.